
『동아시아 인정투쟁』
패전국 일본, 분단국 중국, 식민지 한국의 국교정상화
오승희 지음︱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2023년 03월 10일 발행
ISBN9788952131454
‘인정투쟁’의 관점에서 한중일을 새롭게 바라보다
이 책은 국가들의 관계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또 상대방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관계로 엮인 사회 속에서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무시와 차별에서 벗어나려는 욕구, 동등한 권리를 쟁취하려는 욕구,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욕구 등 다양한 인정욕구는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국가이익을 구성하며, 더 나아가 국가이익의 최우선순위로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대외 전략을 살펴보면, 패전 이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선진국으로, 강대국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중국의 인정투쟁은 무엇보다 ‘하나의 중국’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중요한 목표는 바로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정통 정부로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인정받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를 정상화했으나 2023년 현재까지도 서로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사과를 통해 식민지였던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패전국 일본, 분단국 중국, 그리고 식민지 한국의 인정 욕구는 국가이익과 불가분하며, 외교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동안 인정(recognition)의 철학적, 사상사적 논의는 주로 서구사회 사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동아시아 사례들이야말로 인정 개념을 통해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하다. 이 책에서는 주로 서구 사례들을 설명해 온 인정 개념을 재구성해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를 분석한다. ‘인정투쟁’의 개념으로 동아시아를 살펴보면, 전후 한중일에 중요했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각 국가의 우선순위는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면서 무엇이 다루어지지 않게 되었는지 새롭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오늘날 한중일 관계에 나타나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개선과 화해의 논의를 심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