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1세기 국제정치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인 핵확산과 비확산 나아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모색하기 위한 학문적 검토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절박성에서 발간되었다. 역사상 한번 만들어진 것이 자발적으로 폐기된 적은 없었다. 그 효용이 떨어지거나 새로운 대체물이 나와 쓸모가 없어지기 전까지 쓸모 있는 물건은 계속 확산되는 경향을 가진다. 핵무기 역시 군사안보적으로 그 효용이 막대한 현실 속에서 자발적으로 사라지기는 힘들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야기하거나 또는 핵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커지는 두 가지 경우에 핵폐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주권국가의 안보이익이 최상의 국가목표로 용인되는 환경 속에서 안보이익을 상회하는 이익을 찾기 힘들고, 억제력을 보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치명적인 군사대응을 한다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듯이 북한의 핵개발은 그 초기부터 감지된 것이었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평화적 해결의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의 군사안보적 위력은 외교적으로도 효력을 발휘하여 여러 외교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버린다. 북핵문제의 경우 남북한 관계라는 특수성이 추가되어 복잡한 외교상황을 만들고 있으며, 중동국가들의 핵개발은 이스라엘과의 지난한 적대관계 속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결국 핵무기 없는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인류 대다수의 바람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인가? 쉽지 않은 답변을 찾기 위해 이 책에서는 10명의 전문가들이 핵무기 개발과 국제정치이론, 핵폐기의 성공적 사례, 북핵문제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 북한 외교행태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핵문제의 심각성을 재고하고 나아가 향후 대응방향과 전망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미중관계와 한국의 외교적 노력 속에서 북핵의 궁극적 폐기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도모할 방안을 모색하고, 핵에 대한 일본의 입장 등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핵문제가 국제정치에 어떤 역동성을 제공하고 그 속에서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