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2007년 독일의 쾰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제출했던 학위논문“탈냉전기 미국의 외교·안보정책과 북한의 핵정책”을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우리 상황에 맞추어 손질하고 보강한 것이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의 핵문제가 발생하던 시점부터 2007년 초 제5차 6자회담의 2·13 합의에 이르기까지 북한 핵을 둘러싼 미국의 외교·안보정책과 탈냉전기 북한의 생존전략을 국제정치이론 가운데 현실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이다.
이 논문을 작성한 이후 벌써 4년이나 지났지만 북한 핵문제 관련 현재의 북미관계는 2007년의 시점과 비교하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강경한 대북입장을 고수하였고, 따라서 미국으로서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굳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냉전이후 미국의 외교·안보정책과 북한의 핵정책을 병렬적으로 다룬 것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국제정치이론의 자유주의적인 시각에서 북한 핵문제를 대체로 북한 내부의 문제(예를 들어, 북한의 핵개발을 정권의 일탈행동으로 보고, 이에 따라 핵 위기의 원인이 전적으로 북한에 있다고 가정)로 취급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미국 외교·안보정책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여 온 점이 없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연구는 국제정치이론의 현실주의적 시각(북한은 자신의 안보이익을 위해 핵무기를 추구한다는 가정)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연구에서 도출된 중요한 국제정치학의 이론적 및 경험적 결론은 미국의 모호한 대북정책과 북한의 균형화 전략을 현실주의 이론의 시각으로 잘 설명할 수 있고, 실재적 측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