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유럽은 파국으로 치닫는, 피로 얼룩진 역사를 되풀이했기에 지난 반세기에 걸쳐 공동의 평화와 번영을 제고하는 신 지역질서로서 유럽공동체를 정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로 가리킨 재정위기는 좁게는 단일화폐가 통용되는 유로존(Euro zone)의 존립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넓게는 만약 유럽이 이번 재정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는 유럽의 존재가치 자체가 설득력을 상실할 수 있는 파괴력마저 지닌다. 피상적으로 보면, 이러한 위기관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유럽의 무능을 근대 국가 주권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한 구조적 취약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따져보자면, 위기관리 능력 결여는 유럽의 정체(正體)를 둘러싼 집단적 혼탁(混濁)에 기인한다. 즉 유럽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서 왜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완벽하게 구비하지 못한 채 여전히 혼란 속에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공동체의 탄생을 난산에 비유하곤 한다. 나아가 공동체가 자생(自生)하려면, 독립적 개체로서 생존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필요하다. _유럽의 정체(Mapping Meanings of Europe)_는 바로 공동체로서 유럽이 어떤 경로로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실린 각 논문은 국내외 연구자들에 의한 심도 있는 분석과 논의를 담고 있다. 중세의 유럽부터 오늘날의 유럽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역사, 이념, 문화, 경제, 법, 정치, 사회 등 흥미로운 주제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유럽의 정체를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했다. 더불어 “엡스토르프 세계지도(Ebstorfer Weltkarte)” 등 유럽 지도들과 유럽 지역통합 기구별 가입 시기 분류, 유럽연합 회원국 서술통계, 유럽의회 선거방식, 회원국별 분류(1979, 1984, 1989, 1994, 2004, 2009), 유럽의회 선거결과, 회원국과 유럽의회 정당집단별 분류(1979~2009), 회원국별 정당 목록 등의 자료를 부록으로 첨부했다.
총 330쪽,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