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위자의 네트워크 전략과 초국적 네트워크가 병존하는 시대, 전환기에 놓인 네트워크 세계정치를 분석·탐구하다
오늘날의 세계정치에서는 거미줄 치기로 비유되는 네트워크 현상과 벌집 짓기로 비유되는 네트워크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인식이다.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국가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전략과 기존 국제정치의 틀을 넘어서려는 비국가 행위자들의 초국적 네트워크가 병존하고 있다.
- 책머리에 중에서
이 책은 최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네트워크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들을 좀 더 면밀히 천착했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원용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이론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이었다. 네트워크 세계정치의 현실은 다분히 복합적이다. 세계정치의 변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을 복합적으로 원용해야 한다. 이 책의 표제는 이러한 복합의 현실에 ?淪?고민을 담고 있다.
전환기에 놓인 네트워크 세계정치
이 책은 지구화와 정보화의 시대를 맞이하는 세계정치의 변환을 탐구하기 위해서 지난 십여 년 동안 벌여온 연구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러한 연구는 지난 수년 동안 ‘네트워크 세계정치’라는 제목하에 새로운 작업의 지평을 개척하고 있다. 인간에 비유하면 이제 막 청소년기에 접어든 네트워크 세계정치의 연구는 은유의 차원에서 개념을 고안하고 적용하던 유년기의 단계를 넘어서 좀 더 분석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론을 개발하고 경험적 사례를 탐구해야 할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네트워크 세계정치 연구를 풍요롭게 할 체계적 이론의 개발과 경험적 사례의 발굴을 목표로 준비되었다.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 네트워크 세계정치의 복합적인 현실을 탐구하다
네트워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비유는 아마도 거미가 아닐까 싶다. 거미가 자신의 주위에 거미줄을 치는 모습이 최근 국제정치의 행위자들이 벌이고 있는 네트워킹의 전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트워크 이야기에는 거미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꿀벌들도 또 다른 종류의 네트워크 이야기를 들려준다. 국가 행위자의 네트워킹 전략이 혼자 활동하는 거미의 줄치기를 연상케 한다면,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초국적으로 활동하는 비(非)국가 행위자들의 네트워크는 여럿이 협업하는 꿀벌들의 집짓기를 떠오르게 한다. 최근 이러한 벌집의 네트워크가 부쩍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기반으로 하여 예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끼리끼리 모이는 힘’을 발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최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네트워크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들을 좀 더 면밀히 천착했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원용하고자 하는 네트워크 이론이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이었다. 네트워크 이론은 인식론이나 방법론의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세 가지 진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 또한 세계정치의 변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 이론 진영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모두 복합적으로 원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인식이다. 이러한 복합적 원용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네트워크 세계정치라는 현실 자체가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거미줄 치기와 벌집 짓기』라는 다소 비유적인 이 책의 제목 안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