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탈냉전기, 동북아시아 지역에도 다양한 안보 위협요인들이 상존한다. 중-러 양국은 경제적 필요에 따라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해 온 결과 국경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반목을 해결했고, 반면 러-일 양국의 영토분쟁은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양국의 평화조약을 가로막는 최대 갈등요소로 남아 있다. 비록 종교 갈등은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에너지 확보, 북한의 핵 위협,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테러, 군비경쟁, 환경오염 등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안보협력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사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다자안보협력'은 탈냉전 신국제질서 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대칭적 안보위협 요인들을 해결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쌍무적 또는 다자적 논의를 통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적절한 대화채널로 작동한다. 향후 북핵 6자 회담을 필두로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협력은 역내 국가들 간의 분쟁방지와 예방외교, 위기관리 그리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대화 채널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협력과 갈등의 순환 고리를 보편화시키는 중요한 기능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저서에서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서의 주요 외교안보 아젠다(agenda)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지난 100년 동안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핏빛어린 대립과 갈등의 역사적 생채기를 갖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맞아 새로운 외교안보 이슈와 아젠다에 직면해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경 및 영토분쟁, 동북아철도 연결, 신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문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재배치 등과 관련된 외교안보 의제들을 집중적으로 탐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시아 국가 간의 '평화적 갈등관리와 협력 모색'에 지향점을 두었다. 안보 불확실성 시대에 그래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이러한 안보불안을 평화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