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미국과 싸우는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 대북정책의 귀환을 의미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 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펼칠 새로운 대북정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기대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북한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 또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취하지 않겠다고 하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유지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유가 더욱 축소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지역 전쟁에 변화가 나타난다고 해도 북미관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1기의 대북정책이 달랐던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민주주의와 규범적 가치보다는 비용과 이득의 거래적 관점에서 미국의 이익을 규정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과거 강조했던 원칙이나 가치에는 구속되지 않는 지도자였다. 트럼프가 규정하는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기존 북미관계와 달리 북한과도 관계개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런 배경으로 실제 트럼프는 2018-19년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핵문제를 협상했다.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트럼프는 과거가 미래를 규정하지 않고, 어제 싸웠다고 해서 내일 전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미관계는 과거 적대관계였지만, 미래에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이유이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트럼프 1기에도 북미관계의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만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의 이익에 북한이 부합하지 못했던 것이다. 2025년 1월 이후 트럼프는 우선 경제, 이민 등 국내 문제를 해소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대외정책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종식을 통해 세계질서를 변화시키는데 1차적인 관심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작업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트럼프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김정은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거절했던 김정은의 제안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에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는 지나친 희망적 사고에 불과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