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들은 다양한 수준에서 다양한 내용으로 갈등과 분쟁을 이어 가고 있다. 그러??냉전시기와 같이 이데올로기가 동아시아 외교의 기준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진영 대 진영의 대결외교 모습도 아니다.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개입하여 서로 각축하는 다자간 갈등외교 양상이다. 특히 역내 국가들 간에 중층적으로 갈등을 반복하고 있지만 전면적 분쟁상태로 극단화되고 있지는 않다. 갈등과 협상 그리고 타협과 대결이 반복되고 있다. 즉 동아시아국가들은 일종의 ‘대결 속에서 타협’ 또는 ‘갈등 속에서 협조 또는 협상’의 갈등중심의 이중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증대되는 상황에서도 유럽과는 달리갈등과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가? 특히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면서도 전면적 양상으로 확대되지는 않는가? 또 미중패권경쟁 구도가 전개되고 있지만 왜 갈등의 양상은 진영 대 진영의 이분법적 대결로 전개되지 않는가? 어떤 요인이 동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상호간 갈등 또는 분쟁적 외교를 추진하게 했는가? 일부 학자들의 주장과 같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구조는 양국간의 대결은 물론 역내 국가들 간의 분쟁을 촉발하는가?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갈등적 외교는 어떤 이론에 의해 보다 적절하게 설명되고 분석되는가? 마지막으로 모든 역내 국가들이 치열하게 각축하는 동아시아 외교관계에서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기본적으로 위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갈등적 외교관계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지역이 세계경제와 정치의 중심이 되어가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갈등적 외교관계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북핵문제 및 미중대결과 같이 동아시아 갈등과 분쟁은 한반도와 한국의 안보 및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갈등과 분쟁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