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에 대한 국제정치학적 논의는 199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복합 개념은 탈냉전 이후 변화하는 세계정치에서 주인공과 무대 그리고 연기가 얽히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서 출현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곰곰이 따져보면, 복합은 그리 쉬운 말은 아니다. 쉽게 보면 단순(單純, simplicity)의 반대말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복잡(複雜, complicatedness)과 헷갈릴 수 있다.
복합에서 복複(겹칠 복)은 옷을 겹쳐서 입는 것처럼 사물이 겹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겹치는 일이 단순히 뒤섞이는 잡雜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는 합合이 된다는 것이 복합 개념의 핵심이다. 이 책은 이렇게 복複이 합合이 되는 과정과 원리, 질서의 내용을 국제정치학의 이론적·경험적 시각에서 탐구하려는 시도다.